한국미술문화저널 뉴스뉴스2026. 6. 3. 오후 12:42:13

농식품부, 농업·농촌 정상화 과제 30개 선정… “국민 체감형 성과 만든다”

현장 의견수렴·국민 제안·실무공무원 워크숍 거쳐 발굴한 104개 과제 중 1차 선정 법·제도 사각지대 차단, 현실 괴리 규제 개선, 신속한 성과 창출, 상시 정상화 시스템 구축

최대식 기자
농식품부, 농업·농촌 정상화 과제 30개 선정… “국민 체감형 성과 만든다”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가운데)과 ‘농업·농촌 분야 정상화 과제 추진 TF’ 회의 후 기념 촬영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6월 2일 오후 3시 서울 aT센터에서 ‘농업·농촌 분야 정상화 과제 추진 TF’ 회의를 개최하고 1차 정상화 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 4월 29일 TF를 발족한 이후 분야별 TF 운영, 실무공무원 워크숍, 국민제안창구 운영 등을 통해 총 104개의 농업·농촌 분야 개선과제를 발굴했으며, 이날 회의에서 이 가운데 30개를 우선 정상화 과제로 확정했다. 

농업과 농촌의 문제는 늘 현장에 있었지만, 제도는 종종 그보다 늦게 움직였다. 법은 있는데 현실은 달라졌고, 정책은 작동하고 있는데 국민은 불편을 호소했다. 어떤 제도는 사각지대를 틈타 편법의 통로가 되었고, 어떤 규정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비합리를 오래 방치했다. 그래서 농업·농촌의 정상화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오래 묵은 불편과 왜곡을 하나씩 바로잡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104개 개선과제 가운데 30개를 1차 정상화 과제로 선정한 것은 단순한 과제 정리가 아니라, 제도를 국민이 체감하도록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이번에 선정된 과제는 네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법·제도의 사각지대를 활용한 편법행위 5건, 둘째는 현실과 유리된 법령·제도 16건, 셋째는 국민 정서와 괴리된 법령·제도 6건, 넷째는 부당이득 편취 우려가 있는 사안 3건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

 

이 분류는 단순한 행정적 목록 정리가 아니다. 농업·농촌 정책이 지금 어디에서 막히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일종의 진단표에 가깝다. 다시 말해 이번 정상화 과제는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작업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제도를 현실에 다시 맞추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분야는 법·제도 사각지대를 활용한 편법행위에 대한 엄정 조치다.

농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 전수조사, 농업법인 실태조사, 구거부지(溝渠敷地,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 놓은 도랑·수로가 놓인 땅) 내 불법 점용·사용 실태조사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조치하는 한편 실효적 제도개선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농협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내·외부 견제장치 강화, 선거제 개편, 인사·조직 투명성 강화 등 개혁과제도 추진할 계획이다.

농업·농촌 정책에서 가장 큰 불신은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가 있어도 누구는 지키고 누구는 비껴간다는 인식에서 생긴다. 농지와 농업법인, 공공부지, 협동조합 같은 영역은 본래 공공성과 목적성이 강한 분야다. 그런데 그 틈을 악용한 편법이 반복되면, 현장의 선량한 농업인일수록 더 큰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사각지대 차단은 단지 단속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신뢰를 회복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현실과 유리된 법령·제도 16건을 신속히 개선하겠다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농식품부는 청년농이 부모의 농지·시설을 임차한 경우도 독립영농으로 인정해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하고, 기존에 시·군에만 허용되던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광역시 내 자치구에도 도입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 배달앱과 음식 포장재 간 원산지 표시 중복규제를 완화하고, 빈집을 활용한 농어촌 민박 사업 운영을 제도화하는 등 현장에서 자주 제기된 규제도 손보겠다고 했다.

이런 과제들이 겉보기에는 사소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행정의 불합리는 대개 이런 생활 밀착형 규정에서 가장 크게 체감된다. 청년농에게는 독립영농 인정 여부가 단순한 문구 문제가 아니라 영농 정착의 출발선 문제이며, 외국인 계절근로 허용 범위는 실제 인력난 해소와 직결된다. 

원산지 중복규제나 빈집 민박 규정 역시 행정 편의에 머물던 기준을 실제 삶과 사업 운영의 흐름에 맞게 조정하겠다는 뜻이다. 정책의 품질은 거대한 계획보다도 이런 세부 규정이 얼마나 현실과 맞닿아 있는가에서 결정된다.

국민제안창구를 통해 접수된 실외 사육견, 이른바 마당 개 중성화 수술 지원방식 개선과제가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고령 양육자가 직접 개를 병원에 이송해 수술을 진행하고 지원받아야 했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이송비 지원과 자원봉사자 참여 유도 등 사업체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정상화 과제가 꼭 대형 제도 개편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행정은 종종 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 제도가 현실의 약한 고리를 배려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국민 체감형 성과란 결국 이런 지점에서 나온다.

국민 정서와 괴리된 법령·제도 6건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도 의미가 작지 않다. 농식품부는 트랙터, 경운기 등 주행형 농업기계의 음주운전 금지처럼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는 타 부처 소관이라도 적극 협력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관행적으로 과다 사용돼 온 비료를 적정 수준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액비 시비 처방서의 신속 발행을 위한 제도개선도 병행하기로 했다. 복지용 쌀 공급체계를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해 백미 외에 현미 등도 포함하도록 하겠다는 내용 역시 포함됐다.

‘농업·농촌 분야 정상화 과제 추진 TF’ 회의

 

법과 제도가 오랫동안 유지됐다고 해서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니다. 어떤 규정은 현실 변화보다 늦게 움직이고, 어떤 관행은 오랜 반복 속에서 문제의식 없이 굳어진다. 국민 정서와의 괴리라는 표현은 단순한 여론 추종이 아니라, 제도가 상식과 안전, 수요자의 실제 필요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묻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농업기계 음주운전 문제나 복지용 쌀의 공급 방식은 정책이 실제 삶의 감각과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부당이득 편취 우려가 있는 3건에 대한 사전 방지 대책도 함께 제시됐다. 농식품부는 농업 분야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과정에서 브로커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전문기관 운영 등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설탕 할당관세 도입 시 물가 안정 효과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추천 대상을 실수요업체 중심으로 전환하며, 물량 유통의 속도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농업기계 보조금 지원 시 판매업체가 일반 시장가격과 농업인 구매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이중가격 문제 역시 실태조사와 제재 근거 마련을 통해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부분은 정책이 설계되는 순간보다 집행되는 순간 더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외국인 계절근로와 할당관세, 농업기계 보조금은 모두 본래 현장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만든 장치다. 그러나 중간 단계에서 브로커나 비정상적 유통 구조, 가격 왜곡이 개입하면 제도의 본래 목적은 흐려지고 이익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다. 

따라서, 사전 관리체계 강화는 규제를 더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정책 효과가 실제 수요자에게 도달하게 만드는 기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관행적으로 운영돼 온 여러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2차 과제 발굴 시에는 농업인 안전 분야와 관계부처 협업과제를 집중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담팀인 농산업정책기획단을 중심으로 1차 과제의 성과를 신속히 창출하고, 2차와 3차 정상화 과제 발굴도 이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송미령 장관은 “국민 눈높이에서 불합리하거나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제도를 빠짐없이 찾아 개선해 나가겠다”라며, “이번 계기에 30개 정상화 과제를 발굴했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과제를 발굴하고 개선해 나가면서 국민께서 불편함을 느끼는 과제를 즉각적으로 바로 잡을 수 있는 ‘정상화 시스템’을 만들어 가겠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번 30개 과제 선정의 의미는 숫자에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농업·농촌 정책이 이제 개별 사업의 확대보다, 왜곡된 관행과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 국민이 체감하는 불합리를 고쳐 나가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화란 원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일이다. 그러나 행정에서의 정상화는 단순히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와 현장 요구,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일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30개 과제가 발표용 목록이 아니라, 국민이 실제로 “달라졌다”라고 느끼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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