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과 동네 어귀에서 시작된 봄빛이 천천히 산 위로 번져가고 있다. 마을에서 시작해 산기슭으로 발걸음을 옮긴 봄기운이 들판과 나무 사이를 따라 조금씩 위로 번지고 있다.
계절은 언제나 한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봄도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 바람을 타고, 햇살을 머금고, 산등성이를 향해 천천히 올라간다. 그래서 봄의 풍경은 단순한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모든 생명이 자기 자리에서 차례로 깨어나는 과정이다.
이 모습은 계절이 우리에게 건네는 하나의 조용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봄이 모두의 계절이 되려면 먼저 아래에서부터 느끼고, 누리고, 맛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봄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자리, 가장 먼저 닿아야 할 곳에서 희망 어린 새싹이 돋아나게 하는 것이다.
가장 낮은 곳으로 찾아온 봄은 계절도 삶도 탄탄한 바탕 위에서 소리 없이 번져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일깨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