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공연이라고 하면 흔히 화려한 색채와 빠른 자극, 쉬운 설명부터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예술은 때로 더 느리고 더 섬세하다. 많이 설명해 주기보다 스스로 느끼게 하고,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몸과 표정, 리듬과 침묵 속에서 상상력을 열어 주는 경험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스웨덴 마임 극단 ‘밈 테아트른’의 내한 공연은 단순한 해외 공연 초청에 머물지 않았다. 그것은 언어 이전의 감각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예술이 얼마나 강력한지, 또 문화예술이 지역과 연령의 경계를 넘어서 어떻게 공평하게 닿아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글로벌 문화예술 콘텐츠 기업 클래식스(대표 정민경)는 어린이날을 기념해 기획한 스웨덴 마임 극단 ‘밈 테아트른(Mim Teatern)’의 한국 투어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번 투어는 5월 어린이날 시즌을 맞아 6세 이하 영유아에게 특별한 예술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태백을 시작으로 고성, 영주, 서울까지 전국 4개 도시를 순회했다.
이 공연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대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6세 이하 영유아는 아직 언어적 이해보다 감각적 반응과 정서적 교감이 더 중요한 시기다. 그런 아이들에게 마임은 매우 특별한 형식이다. 말이 없어도 몸짓과 표정만으로 충분히 이야기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언어가 없어서 아이들은 더 자유롭게 보고 느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무대와 관계를 맺게 된다. 이 점에서 밈 테아트른의 공연은 단순히 “아이도 볼 수 있는 공연”이 아니라, 영유아의 발달 단계에 맞게 설계된 예술 형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로 창단 50주년을 맞은 밈 테아트른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유서 깊은 극단이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오직 신체의 움직임과 표정만으로 서사를 전달하는 이들의 공연은 북유럽 유아 예술교육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평가받아 왔다.
국내에서는 KBS 다큐멘터리를 통해 유아의 상상력을 깨우는 예술교육 사례로 소개되며 주목받은 바 있다. 이번 내한은 단지 유명 극단을 부른 행사가 아니라, 이미 검증된 예술교육 철학을 한국 현장에 직접 옮겨 온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공연 현장에서 아이들이 보여준 반응도 이 점을 잘 증명한다. 공연 내내 아이들은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몸짓 하나하나에 웃음을 터뜨렸고, 말이 통하지 않음에도 무대와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몰입했다.
이는 예술의 본질이 반드시 언어적 설명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아이들은 이해한 뒤 웃은 것이 아니라, 먼저 느끼고 반응하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마임은 영유아에게 가장 정직한 예술 형식 가운데 하나로 작동한다.
이번 투어의 또 다른 의미는 ‘어디에서 공연했는가’에 있다. 서울만이 아니라 태백, 고성, 영주를 포함한 4개 도시를 순회했다. 문화예술의 기회는 종종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기 쉽고, 특히 영유아 대상 고품질 국제 공연은 더 그렇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자칫 문화 경험에서 소외되기 쉬운 지역의 어린이들에게도 같은 수준의 예술을 직접 만나게 했다는 점에서 공익적 의미가 있다. 예술의 가치는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 데만 있지 않고, 그 작품이 누구에게 닿는가에 의해서도 완성되기 때문이다.
클래식스는 지역별 맞춤형 기획을 통해 이러한 격차를 줄이려고 했다. 이는 단순히 공연장을 옮긴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이 지역의 아이들에게도 동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관점을 실행한 것이다. 어린이날 선물은 늘 소비재 중심으로 상상되곤 하지만, 이번 공연은 경험 자체가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더구나 그 경험이 아이의 정서와 상상력, 감각을 풍요롭게 하는 예술적 자산이라면 그 가치는 훨씬 오래 남는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클래식스 정민경 대표는 “어린이날을 맞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50년 전통의 유아 마임 극단인 스웨덴의 밈 테아트른을 초청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행복해하는 모습, 예술을 통해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는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라고 말했다.
정민경 대표는 또 “유아기의 예술적 경험은 아이들의 미래를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제 공연 기획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연령과 지역의 한계를 넘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계속 선보이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밈 테아트른 내한 공연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예술은 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만 나누는 고급 언어가 아니라, 가장 어린 존재에게도, 가장 먼 지역의 아이에게도 먼저 도착할 수 있는 보편적 감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감각이야말로 어린 시절 한 사람의 정서와 상상력,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오래도록 빚어 나갈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투어의 의미는 4개 도시를 돌았다는 데만 있지 않다. 아이들에게 “예술은 어렵지 않다, 너도 느낄 수 있다, 너도 웃고 반응할 수 있다”라는 가장 중요한 첫 경험을 건넸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어린이날의 선물을 생각할 때 우리는 종종 손에 쥐는 물건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어떤 선물은 손에 남지 않아도 오래 지속된다. 배우의 몸짓 하나에 터진 웃음, 말없이도 이어진 교감, 낯선 예술 형식 앞에서 스스로 열리는 감각은 아이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축제성 이벤트를 넘어, 아이들의 미래 감수성을 위한 깊은 투자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클래식스와 밈 테아트른의 이번 만남은 예술의 보편적 가치가 어떻게 지역과 세계, 유아와 국제무대를 잇는 가교가 될 수 있는지를 또렷하게 보여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