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문화저널 뉴스뉴스2026. 7. 28. 오후 5:34:59

남도예술정원 협동조합, 민간 주도 공동법인 출범

체류형 관광·지역경제 활성화 이끌 지속가능한 DMO 모델 지향 해남·진도·완도·신안 7개 정원 참여, 개별 정원 경쟁 넘어 연대와 공동 기획

최대식 기자
남도예술정원 협동조합, 민간 주도 공동법인 출범
왼쪽부터 박민영 대표, 최용일 회장, 김건영 대표, 최현준 실장, 최영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관광본부장, 이병철 대표, 문홍식 대표, 김현희 대표

전라남도관광재단(대표이사 직무대행 최영주)은 7월 27일 해남 산이정원에서 ‘남도예술정원 협동조합 현판식’을 개최했다.

현판식에는 협동조합에 참여한 정원 운영자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라남도관광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해 공동법인의 출범을 축하하고, 지역 관광의 자생력 강화와 상생 발전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이번 현판식은 남도예술정원 협동조합이 단순한 친목 조직이나 공동 홍보 모임을 넘어, 법인 형태의 지속 가능한 지역 관광 추진 주체로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원은 한 장소 안에 머무는 풍경이지만, 관광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을 연결하는 길이 될 수 있다. 한 정원을 보고 돌아가는 여행에서 벗어나 여러 정원을 따라 머물고, 지역의 음식과 숙박, 사람과 문화를 함께 경험하도록 만든다면 정원은 단순한 관람 공간을 넘어 지역 전체를 움직이는 관광 자원이 된다.

전남 서남권의 개별 정원들이 협동조합이라는 공동의 이름 아래 연결되기 시작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원마다 지닌 고유한 색을 유지하면서도 공동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광객이 한 지역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여행 동선을 만들겠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남도예술정원 협동조합’의 출범은 흩어진 정원 자원을 하나의 관광 생태계로 전환하려는 첫걸음으로 읽힌다.

남도예술정원 협동조합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소도시 여행권역을 육성하는 ‘남부권 로컬투어랩 운영 사업’을 계기로 출범했다. 서남권의 개별 정원들이 정원주 주도로 협력해 만든 첫 번째 공동법인이다.

협동조합에는 해남의 산이정원 이병철 대표, 4est수목원 김건영 대표, 문가든 문홍식 대표를 비롯해 진도의 진도휴식 박민영 대표, 완도의 바하정원 최현준 실장과 아내의 정원 김현희 대표, 신안의 파인클라우드 최용일 회장이 참여했다. 최현준 바하정원 실장이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았다.

이들은 각기 다른 지역과 규모, 운영방식, 정원 철학을 갖고 있지만, 개별 정원만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관광객 유치와 홍보, 콘텐츠 개발, 체류시간 확대 문제를 공동으로 풀기 위해 연대했다.

지역의 소규모 관광 자원은 콘텐츠의 매력이 부족해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공간을 갖추고도 홍보 채널이 제한되거나, 주변 관광지와 연결되지 않아 방문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한 정원을 보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결정하는 관광객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정원과 지역 체험이 하나의 여행 코스로 묶인다면 방문 동기는 훨씬 커질 수 있다.

남도예술정원 협동조합은 바로 이 틈새를 줄이려는 조직이다. 정원을 개별 목적지가 아니라, 서남권을 이어 주는 하나의 관광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부착된 현판은 단순히 협동조합의 명칭을 알리는 표식 이상의 의미가 있다.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뒷받침하는 지속 가능한 지역관광추진조직, 즉 DMO로 도약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지역관광추진조직은 특정 관광지 하나를 홍보하는 조직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사업자, 관광기관, 지방정부를 연결해 관광 전략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협력체계다. 지역의 실제 상황을 잘 아는 민간 주체가 사업을 이끌고, 공공은 행정과 정책, 재정과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지역 관광의 지속가능성이 행정기관의 단기 사업만으로 확보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모사업 기간에는 프로그램이 운영되지만, 지원이 끝난 뒤 조직과 콘텐츠가 함께 사라지는 사례가 반복되면 지역에는 장기적인 역량이 남지 않는다.

반대로 지역의 운영 주체들이 법인을 만들고 수익과 책임을 함께 나누는 구조를 갖추면, 사업은 외부 지원이 줄어든 뒤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협동조합 출범은 정원주들이 관광사업의 대상이나 수혜자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지역 관광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주체로 나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도예술정원 협동조합은 이번 현판식을 계기로 정원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서남권 정원관광을 체류형 관광으로 발전시키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민간 주도형 모델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체류형 관광은 단순히 숙박 일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관광객이 지역을 천천히 경험하고, 더 많은 지역 사업자와 접촉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뜻한다. 여러 정원을 하나의 주제로 묶은 여행 코스가 만들어지면 숙박과 음식, 교통, 체험, 지역 농산물 소비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남의 정원을 둘러본 관광객이 완도나 진도, 신안의 정원으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지역 숙소와 음식점, 특산품 판매장을 이용한다면 정원관광의 경제적 효과는 개별 정원 밖으로 확장된다. 정원이 지역경제 순환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모든 정원을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정원마다 다른 식생과 공간 구성, 운영자의 철학, 지역의 자연환경을 살리면서도 하나의 여행 이야기로 연결해야 한다. 차이를 지우는 통합이 아니라, 각자의 고유성을 더 잘 보이게 하는 연대가 필요하다.

정원관광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단순 관람 이상의 경험이 필요하다. 계절별 정원 해설, 식물과 예술을 결합한 프로그램, 정원주의 이야기, 지역 음식과 연계한 체험, 사진과 치유 프로그램 등 방문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가 뒤따라야 한다.

정원은 계절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재방문 가능성이 높은 관광 자원이다. 봄의 꽃과 여름의 녹음, 가을의 색채와 겨울의 구조미는 서로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협동조합이 계절별 공동 프로그램과 정원 순회 상품을 개발한다면 한 번의 방문을 반복적인 관계로 전환할 수 있다.

또한, 관광객의 나이와 관심에 따른 맞춤형 기획도 중요하다.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자연교육과 체험을, 청년층에게는 사진과 문화콘텐츠를, 중장년층에게는 치유와 휴식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장소를 소개하는 데서 벗어나 방문객이 왜 이 정원을 찾아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남도예술정원 협동조합은 소도시 관광이 대형 관광지의 축소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보여준다. 소도시의 경쟁력은 대규모 시설이나 많은 방문객 수에만 있지 않다. 지역 고유의 자연과 사람, 느린 시간과 밀도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정원관광은 이러한 소도시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분야다. 정원은 빠르게 소비하는 관광보다 걷고 머물며 관찰하는 여행과 어울린다. 방문객 수를 무조건 늘리기보다 지역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체류시간과 소비의 질을 높이는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관광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관광객이 한 장소에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을 줄이고, 여러 소도시와 민간 정원으로 방문 흐름을 분산하면 환경과 주민 생활에 미치는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동시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자원을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성장시킬 수 있다.

이번 협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정원 자체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정원을 만들고 가꿔 온 정원주들의 경험과 철학, 그리고 이들이 구축한 관계망이 핵심 자원이 될 수 있다.

정원은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시설이 아니다. 식물이 자라고 공간이 안정되며 정원의 색이 형성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원에는 운영자의 삶과 지역의 기후, 토양과 계절의 기록이 함께 쌓여 있다. 관광객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면 정원은 단순히 사진을 찍는 배경이 아니라, 지역의 삶과 시간을 이해하는 문화공간이 된다.

협동조합은 각 정원주의 지식과 운영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공동 교육과 홍보, 예약과 고객관리, 프로그램 품질관리, 관광객 데이터 분석 등을 함께 추진하면 개별 정원의 운영 부담을 줄이고 전체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전라남도관광재단은 남부권광역관광개발 사업을 기반으로 민간의 연대와 노력이 결실을 맺은 이번 현판식이 서남권 소도시 정원관광이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남도예술정원 협동조합이 지역관광추진조직의 모범적인 성공 사례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이는 협동조합의 성패가 단순히 참여 정원들의 매출 증가 여부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민간 주도형 지역 관광 조직이 실제로 지속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된다는 뜻이다.

앞으로의 과제도 분명하다. 공동 브랜드와 상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각 정원 간 수익과 역할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관광객 이동과 예약을 어떤 체계로 관리할 것인지, 공공 지원 이후에도 자립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지 등이 중요하다.

현판식은 시작을 알리는 행사일 뿐,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은 이후의 운영을 통해 증명되어야 한다. 공동 상품의 판매와 방문객 증가, 지역 사업자와의 연계, 조합원 간 신뢰와 투명한 운영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번 출범이 갖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지역의 개별 관광 자원이 각자 살아남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 연대해 하나의 여행권역을 만들고 공동의 가치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정원은 식물을 모아 놓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 시간과 지역의 관계를 담은 공간이다. 남도예술정원 협동조합이 이 관계를 여행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다면, 서남권의 정원은 단순한 방문지를 넘어 남도의 새로운 문화관광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

이날 걸린 현판은 작은 표식이지만, 그 안에는 큰 질문이 담겨 있다. 지역 관광의 주인은 누구이며, 지역에 남는 관광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남도예술정원 협동조합의 출범은 그 답을 행정이 아닌 현장의 정원주들이 직접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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