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문화저널 뉴스추천뉴스2026. 5. 8. 오후 4:53:51

카네이션을 드리는 마음에 담긴 지혜와 능력

박시우 작가
카네이션을 드리는 마음에 담긴 지혜와 능력

카네이션은 오래전부터 부모님께 사랑과 감사를 전하는 상징적인 꽃으로 자리해 왔다. 어버이날이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카네이션을 떠올리고, 가슴에 달아 드리거나 손에 쥐여 드리며 마음을 전한다.

날짜와 전통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부모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날을 따로 두고 꽃이나 카드, 선물로 그 뜻을 전한다는 점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정해 기념하기 시작했고, 이후 아버지의 역할 역시 함께 기려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1973년부터는 오늘의 어버이날로 바뀌었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낳아 주고 길러 준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그 중심에 놓인 뜻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어버이날의 의미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지금, 기술은 점점 빨라지고 삶의 방식은 효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더 편리한 생활을 누리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인 마음의 표현은 오히려 서툴러지는 시대를 살고 있기도 하다. 메시지는 빨라졌지만, 진심은 얕아지고, 연결은 많아졌지만, 관계는 쉽게 메말라 간다. 이런 시대일수록 감사는 단순한 예절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지키는 중요한 힘이 된다.

감사는 표면적으로는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이다. 하지만, 감사의 의미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감사는 단지 마음속의 감정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과 삶의 방향을 바꾸는 힘으로도 쓰인다. 감사하는 사람은 자기 삶에 이미 주어진 것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당연하게 여기던 것 속에서 소중함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불평과 결핍의 언어로 채워지던 마음에 조금씩 긍정의 씨앗이 심긴다. 이 씨앗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은 태도를 바꾸며, 태도는 결국 삶의 습관을 바꾸게 된다. 그러므로 감사는 순간적인 감정 표현이 아니라, 삶 전체를 더 따뜻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내면의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카네이션과 선물을 하는 일은 부모님만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물론, 그 꽃과 선물은 부모님께 드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사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오히려 자기 자신일 수 있다. 부모님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받은 사랑과 수고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무심히 지나쳤던 시간, 당연하게 여겼던 희생들, 늘 곁에 있어 쉽게 잊었던 보호와 책임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감사는 그렇게 상대를 높이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기 마음을 맑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버이날의 감사 표현은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이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감사에는 복을 키우는 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에게 이미 주어진 것을 귀하게 여기고 오래 지켜 내며 더 풍성하게 만드는 반면, 어떤 사람은 받은 것의 가치도 모른다. 삶은 주어진 것을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잘 유지하며, 더 좋은 방향으로 키워 가느냐에 따라 인생의 깊이와 향기가 달라진다. 감사하는 사람은 바로 이런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는 자기에게 온 복을 알아보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더 크게 꽃피울 줄 안다.

이를 비유하자면 냉난방과도 같다. 겨울에는 난방을 통해서 집 안의 온기를 유지할 수 있고, 여름에 냉방을 함으로써 무더위 속에서도 쾌적함을 지킬 수 있다. 주어진 환경을 잘 유지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있어야, 좋은 상태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태어날 때부터 받은 것들, 살아가며 새롭게 얻게 되는 관계와 기회, 사랑과 건강 등을 오래 유지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감사가 바로 그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감사는 이미 내게 온 좋은 것들을 놓치지 않게 하고, 그것을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키우는 데 쓰이게 된다. 반대로 감사가 사라지면 사람은 금세 결핍만 보게 되고, 원망과 비교 속에서 스스로 가진 것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된다.

감사하며 사는 길은 생각보다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거창한 훈련이나 대단한 철학이 먼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모든 것에서 기초는 단순하고 본질적인 문제다. 감사의 기초도 마찬가지다. 받은 것을 받았다고 말할 줄 아는 것이다. 누군가의 수고를 수고로 알고, 사랑을 사랑으로 알고, 희생을 희생으로 알아보는 일이다. 

그 인식을 바탕으로 실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그는 더 많이 받을 준비가 된 사람이 된다. 이런 사람은 발전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동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자기가 받은 것 이상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도 있게 된다. 그래서 감사는 닫힌 마음을 여는 태도이고, 관계를 선순환시키는 힘이라고 하는 것이다.

어버이날에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단지 전통을 지키는 행위가 아니다. 더 본질적으로 보자면, 자기 삶의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감사는 긍정적인 경험을 확대하고, 몸과 마음을 더 건강하게 하며,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부모님께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결국 삶 전체를 감사의 시선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람은 복을 발견하고, 복을 지키며, 복을 더 크게 키울 줄도 안다.

카네이션을 드리는 행위는 단순히 꽃만을 의미하지 않다. 그것은 사랑의 표현이자, 기억의 상징이며, 인간다운 삶의 방향을 다시 한번 성찰하고 바로 세우는 작은 표지다. 어버이날 부모님의 가슴에 달아 드리는 카네이션은 어쩌면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의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기억하며 저 역시 날마다 더 복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도록 변화를 거듭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바로 이런 마음으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인생을 가장 지혜롭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복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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