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최휘영 장관이 8월 6일 재단법인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 김주원 대한민국발레축제 예술감독 겸 대표를 임명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임기는 3년이다.
김주원 신임 단장은 러시아 볼쇼이 발레학교를 졸업한 뒤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며 국내 대표 발레리나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레리나로 무대 중심에 섰던 김주원이 이제 국립발레단의 방향을 설계하는 책임자로 취임했다. 예술가 개인의 성취가 국립예술기관의 경영과 창작 리더십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상징성이 크다.
김주원 단장은 2006년에는 세계적 권위의 무용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으며 국제무대에서도 예술성과 기량을 인정받았다. 이번 임명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유명 무용수 출신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 퇴단 이후 성신여자대학교 무용예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고, 대한민국발레축제 예술감독 겸 대표와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예술감독을 맡는 등 교육과 기획, 예술행정 경험을 넓혀 왔다.
무대에서 작품을 수행하는 예술가의 시각과 조직 전체의 레퍼토리와 인재·관객·운영을 바라보는 예술감독의 시각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다.
1962년 창단한 국립발레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 발레단체다. 고전발레와 창작 발레를 공연하며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국내외 교류와 차세대 무용인 육성을 통해 국내 발레 발전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 국립예술단체에 요구되는 역할은 과거보다 복잡해졌다.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기본이다. 동시에 새로운 관객을 발굴하고, 젊은 무용수를 육성하며, 창작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해외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대중문화와 영상콘텐츠의 선택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대에 발레는 ‘전통적으로 권위 있는 예술’이라는 이유만으로 관객을 끌어들일 수 없다. 국립발레단이 발레를 어렵고 멀게 느끼는 시민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김주원 단장의 임명을 계기로 발레의 저변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저변 확대는 단순히 관객 수를 늘리는 문제만은 아니다. 발레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진입 장벽을 낮추고,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연스럽게 무용을 경험하도록 하며, 수도권을 넘어 보다 다양한 지역의 관객과 만나는 방식까지 포함한다.
공연 전 해설, 교육 프로그램, 디지털 콘텐츠, 지역 순회공연 등 발레와 관객이 만나는 접점을 다변화할 필요도 있다.
김주원 신임 단장이 오랫동안 실제 무대에서 관객과 만났고 이후 교육 현장까지 경험했다는 점은 이런 과제를 수행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립발레단의 정체성을 위해서는 고전발레의 완성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한국적 창작 레퍼토리를 지속해 축적하는 일도 중요하다.
세계 주요 발레단이 각자의 예술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는 대표 레퍼토리와 안무가, 스타 무용수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한다. 국립발레단 역시 해외 유명 작품을 수준 높게 재현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해외 무대에서도 지속해 공연될 수 있는 창작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단기간의 성과보다 안무가 발굴과 무용수 육성, 반복 공연과 작품 수정 등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주원 신임 단장이 오랜 기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발레와 함께 성장했고, 현장경험과 교육, 예술행정 전문성을 두루 갖췄다”라며, “국립발레단이 국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국립예술단체로 자리매김하고 발레 저변 확대와 국제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신임 단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자신의 예술적 명성을 이어가는 일이 아니다. 개인에게 축적된 세계적 무대 경험을 어떻게 조직 전체의 경쟁력으로 전환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우수한 무용수를 발굴하고, 안무가가 새로운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국립발레단만의 색깔을 국제무대에서 보여 주는 것이 앞으로의 성과를 가를 것이다.
이번 인사는 한 무용수가 국립발레단에서 성장한 뒤 다시 그 조직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대 위에서 완성된 한 사람의 경험이 이제는 다음 세대의 무용수와 작품, 관객을 위한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김주원 체제의 국립발레단이 ‘잘하는 발레단’을 넘어 ‘왜 국립발레단이 필요한가’를 보여 주는 예술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가 향후 3년 동안 지속되는 질문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