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나무꽃은 보통 3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피어나는 대표적인 봄꽃이다. 벚꽃이 피어나는 무렵 함께 꽃망울을 터뜨리며, 붉은색과 분홍색, 흰색 등 다양한 빛깔로 봄 풍경을 한층 화사하게 물들인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붉은 명자꽃이다. 가지마다 선명하게 맺힌 꽃송이를 보고 있으면, “아, 봄이 이제 깊어졌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명자꽃은 가시가 있는 가지에서 피어난다는 점이 더욱더 인상적이다. 날카로운 가시 곁에서 환하게 피어난 꽃은 연약함보다는 오히려 단단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멀리서 보면 장미를 닮은 듯하고, 또 어떤 순간에는 동백처럼도 보이며, 붉은 매화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미라고 하기에는 꽃이 조금 작고, 매화라고 하기에는 빛깔이 한결 짙고 화려하다. 그래서 명자꽃은 다른 어떤 꽃과도 쉽게 바꾸어 부를 수 없는, 자기만의 얼굴을 가진 봄꽃이다.
예로부터 이 꽃은 너무 고와 집안에 심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 아름다움이 여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소 예스러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꽃 앞에 서 보면 그런 말이 왜 생겨났는지 어렴풋이 이해되기도 한다.
명자라는 이름 또한 흥미롭다. 모과나무 종류를 가리키는 한자 명칭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의 이름과도 겹쳐 더욱 정겹고 사연 깊게 들린다.
그래서인지 명자꽃은 단순한 봄꽃 이상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꽃을 바라보는 일은 계절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지나간 시간과 사람을 함께 떠올리는 일이 되기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명자꽃을 만났다. 그렇지 않으면 봄이 지나갈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올해의 봄에는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꽃은 예년처럼 피었고 햇살도 여전한데, 봄은 그렇게 속절없이 또 한 번 지나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