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문화저널 뉴스추천뉴스2026. 5. 6. 오전 11:01:57

하프 선율로 전하는 희망과 위로, 하나원에 울려 퍼지다

하나원, 세계적 하피스트 ‘라비니아 마이어’와 함께하는 음악회 개최 북향민들에게 하프 선율과 대화의 시간으로 위로와 용기 전해

윤상필 기자
하프 선율로 전하는 희망과 위로, 하나원에 울려 퍼지다
세계적인 하피스트 ‘라비니아 마이어(Lavinia Meijer)’와 함께하는 희망 음악회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단지 주소를 옮기고 제도를 익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익숙했던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진 뒤, 낯선 환경 속에서 다시 자신을 세우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정착은 행정 절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 따라와야 하고, 상처와 불안을 견딜 수 있는 정서적 힘도 함께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하나원에서 열린 이번 음악회는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북향민들의 정착을 제도 밖의 언어로 돕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위로를 음악이 먼저 건네고, 그 위에 다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는 5월 4일 오후 4시 교육관 대강당에서 세계적인 하피스트 ‘라비니아 마이어(Lavinia Meijer)’와 함께하는 희망 음악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3월 주한 네덜란드 대사의 하나원 방문을 계기로 마련됐다.

한국계 네덜란드 국적인 라비니아 마이어가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북향민들에게 음악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과의 협력 아래 행사가 성사됐다.

이번 음악회가 더 깊은 울림을 갖는 이유는 연주자의 자기 삶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라비니아 마이어는 한국에서 태어나 네덜란드로 입양된 뒤, 오랜 노력 끝에 세계적 하피스트로 성장한 인물이다. 

물론, 북향민의 삶과 입양인의 삶은 같지 않다. 그러나 익숙한 세계를 떠나 다른 환경 속에서 자기 삶을 다시 만들어 가야 했다는 점에서, 그의 이야기는 하나원 교육생들에게 특별한 공감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낯섦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개척해 온 한 사람의 존재 자체가, 지금 이곳에서 새 출발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용한 용기가 되기 때문이다.

라비니아 마이어는 한국에서 태어나 네덜란드로 입양된 뒤, 세계적 하피스트로 성장한 인물이다.

 

행사는 1부 ‘희망 음악회’와 2부 ‘소통 다과회’로 나누어 진행됐다. 1부 음악회에서 라비니아 마이어는 ‘마음을 울리는 47개의 현’을 주제로, 교육생들을 위해 엄선한 클래식과 현대 음악을 연주했다. 

하프는 악기 특유의 맑고 깊은 울림 때문에 종종 치유와 명상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연주 역시 단순히 곡을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생들의 지친 마음을 잠시라도 쉬게 하고 감정을 어루만지는 시간으로 기획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하나원이라는 공간에서 음악이 갖는 의미는 더 각별하다. 하나원은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사회 정착을 준비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필요한 것은 주거와 금융, 취업과 제도 안내만이 아니다. 긴장과 불안, 상실과 두려움 속에 있는 마음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음악회는 정착 지원을 단지 실용적 교육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정서적 회복의 문제까지 함께 보려는 시도로 읽힌다. 새로운 사회에 적응한다는 것은 제도를 배우는 일인 동시에,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부 다과회는 더욱 특별한 장면을 만들었다. 이 시간은 아티스트의 제안에 따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교육생들이 직접 라비니아 마이어를 만나 꿈과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자리로 꾸며졌다. 

이 대목은 이번 행사가 단순히 ‘세계적 연주자를 초청한 공연’에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무대 위의 예술가와 객석의 청중이 분리된 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연 뒤에 실제 대화가 이어지고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위로는 종종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 주고 자신의 삶을 나누는 순간 더 깊어진다.

라비니아 마이어(Lavinia Meijer)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이 이번 행사를 위해 다과를 직접 준비하는 등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보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는 하나의 문화행사를 넘어, 북향민들의 우리 사회 정착을 국제사회도 함께 응원하고 있다는 상징적 메시지로 읽힌다. 

정착은 한 기관의 책임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다. 공공기관, 민간, 국제사회가 함께 관심을 기울일 때 그 과정은 더 따뜻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음악회는 문화예술과 외교, 정착 지원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최용석 하나원장은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전하는 따뜻한 선율이 우리 교육생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길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문화예술을 매개로 북향민들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원이 지향하는 정착 지원은 단지 사회 적응 기술을 익히게 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이 자기 삶을 다시 긍정할 수 있도록 돕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착은 행정의 언어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으며, 사람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문화와 예술의 힘이 이 과정에서 절대 작지 않다는 점이다. 

북향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새 사회의 규칙만이 아니라, 이곳에서도 다시 꿈꿀 수 있다는 감각이다. 하프의 선율은 바로 그 감각을 일깨우는 작은 시작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행사는 한 번의 공연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문턱에 선 이들에게 “당신의 내일도 다시 아름다울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건네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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