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장미의 화려함이 시선을 끄는 계절이다. 그러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산기슭에서 조용히 제 향기를 내뿜는 꽃이 있다. 바로 찔레꽃이다. 이를테면 찔레는 우리 땅의 들장미라고 할 수도 있다. 겉모습은 수수하고 작지만, 은은하게 번지는 향기만큼은 어떤 장미에도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흰빛으로 피어나는 찔레꽃은 흰색을 사랑해 온 우리 민족의 정서와도 잘 어울려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봄이 깊어지며 여기저기에서 풀이 돋아날 즈음이면 찔레순도 함께 올라온다.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 이 연한 순은 귀한 먹거리였다. 향도 좋고 식감도 아삭해 다른 들나물 못지않은 봄철 별미로 여겨졌다. 그때는 그저 배고픔을 달래는 풀이었겠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 속에는 비타민과 여러 미량 원소가 들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자연의 선물이었던 셈이다.
기온이 점차 오르고 계절이 여름으로 기울어 가는 길목에서 찔레꽃은 하나둘 피기 시작한다. 언덕과 들길 그리고 산기슭에 소담하게 피어난 흰 꽃송이들은 마치 눈이 살짝 내려앉은 듯한 인상을 준다.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찔레꽃은 작고 수수한 외형 속에 맑고 깨끗한 느낌까지 풍겨, 계절의 분위기와 맞물릴 때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가을이 되면 찔레나무에는 붉은 열매가 열린다. 이 열매는 약재로도 쓰여 왔다. 봄에는 순으로, 초여름에는 꽃으로, 가을에는 열매로 사람 곁에 머무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찔레는 단지 한철 스쳐 지나가는 꽃나무가 아니라,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쓰임을 보여주는 고마운 식물이다.
찔레나무에는 가시가 많다. 이름 또한 ‘찌르다’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그 가시 많은 줄기 끝에 피어나는 꽃은 의외로 맑고 부드럽다. 그래서인지 찔레꽃은 더 애잔하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보리 익는 계절, 들판과 산기슭에 조용히 피어난 그 흰 꽃은 요란하지 않아도 계절의 결을 오롯이 품고 있다.
크고 화려한 꽃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찔레꽃은 작고 소박한 것의 깊은 품격을 보여준다.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향기, 들려다 볼수록 단아한 아름다움, 그리고 계절과 함께 스며드는 잔잔한 정취가 찔레꽃의 진짜 매력이다.
5월의 눈 부신 햇살 아래, 문득 길가에서 찔레꽃을 만나게 된다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향기를 맡아 보아도 좋겠다. 수수한 꽃 한 송이가 남기는 여운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속에 머물게 될 것이다.

